훌륭한 전력은 정규시즌 1위를 만들지만, 운명만이 우승을 만든다.

2019년 월드시리즈 총정리

10월 30일, 2019 메이저리그가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자축하는 모습을 보니, 저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노력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처럼 환한 미소로 마운드 위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승리 앞에서는 리틀 리그 선수들이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나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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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cbc.ca/sports/baseball/mlb/mlb-world-series-washington-nationals-houston-astros-game-7-1.5341773

 

한편으론 이긴 팀의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자축하는 모습을 허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반대편 더그아웃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야말로 대단한 시리즈였다. 7차전이 필요할 만큼 장군멍군이었다. 치열했던 경기 내용만큼, 경기 결과 외에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시리즈를 돌아보며 다양한 이슈들을 다시 한번 조명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1) 로봇 심판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필드 위 선수들의 경기능력보다 심판또는 판정이 회자가 되는 것만큼 안타까운 상황은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심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뉴욕 양키스 CC Sabathia 선수도 ESPN 방송에 나와서 컴퓨터가 판정하는 스트라이크존 도입에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5차전에서 홈플레이트 뒤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한 Lance Barksdale 심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의 스트라이크 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리플레이를 도입한 점, 그리고 공정성과 일관성을 위해 이제는 때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소유하고 있는 독립리그인 Atlantic League에서는 올해 심판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했다. Arizona Fall League (메이저리그 하위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들이 초청받는 가을 리그)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고 컴퓨터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을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거스르는 것이 옳아 보이지는 않다.

 

AFL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컴퓨터 스트라이크존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선수

 

2) 빛난 신성 그리고 백전노장들의 투혼

 

약 1주 전에 21살이 된 선수가 이번 포스트시즌을 완전히 장악했다. 선수의 이름은 Juan Soto. 데뷔 2년 차로 엄청난 시즌을 보낸 Soto 선수는 올 가을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월드시리즈에서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우승에 확실하게 기여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큰 도시 팀이 아니라 주목도가 떨어지는 탓에 Soto를 잘 알지 못했던 야구팬들도 이제 그가 명실상부한 차세대 스타라는 것을 알렸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인 Alex Bregman는 타율은 낮았지만, 3홈런과 8타점으로 분투하였다. 25살인 Bregman은 올해 Mike Trout을 견제할 강력한 MVP 후보이다. 두 선수가 6차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뱃플립이 아닌 뱃캐리?

 

지난 글에 소개했던 Howie Kendrick 또한 7차전에서 게임을 뒤집는 결정적인 2점 홈런을 치며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줬다. 7차전 7회 초 2-1로 뒤지던 상황에서 우측 파울 기둥을 때리는 결승 홈런을 쳤다. 다른 노장인 Ryan Zimmerman은 월드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다저스를 상대로 치른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재미있는 사실은 2005년 몬트리올에서 연고지를 워싱턴으로 옮기고 팀이 드래프트로 뽑은 첫 선수였다는 점이다. 팀의 오랜 암흑기를 함께 하며 원팀 (one-team) 선수로 남아 결국엔 우승 반지까지 끼게 됐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3) 위장 부상? 빅픽쳐? 부상 전화위복

 

원래 5차전 선발로 예정이었던 Max Scherzer선수가 경기 당일 아침 갑자기 선발 등판이 취소됐다. 당일 있었던 인터뷰에 따르면 오른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목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옷도 못 갈아입을 정도였다고 했다. 시즌 중 번트 훈련을 하다 공을 코에 맞아 코뼈가 골절당하는 부상을 입고도 선발 등판을 자처했던 선수였기에, 심각한 부상이라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글쓴이는 워싱턴의 운이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6차전이 있던 아침에 간단히 캐치볼을 한 후 “I am good” 이라고 말했다는 트위터 포스팅을 봤다. 결국 Scherzer는 7차전에 등판하여 5이닝 2실점을 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위장 부상이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는 게 이상하지는 않은 전개다. 결과적으로 그가 가장 중요한 7차전을 책임져 주면서 워싱턴의 걱정을 덜어줬다.

 

우승 후 눈물짓는 Scherzer

 

4) Show me the money! 포스트 시즌을 통해 따뜻한 겨울을 예고한 선수들

 

올해를 끝으로 Free Agent (FA – 자유계약) 선수가 되는 휴스턴 소속의 Gerrit Cole 선수는 이번 정규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넘사벽 급 성적을 남기면서 따뜻한 겨울을 맞게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36.2 이닝을 던지며 7점밖에 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삼진도 47개나 곁들였다.

 

Cole 활약상

 

또 다른 거물 FA로 꼽히는 워싱턴의 Anthony Rendon 또한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2개 포함 8타점을 올리며 대박 계약을 예약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도 꼽히는 선수답게 공수 모두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7차전 답답했던 공격의 물고를 솔로홈런으로 뚫으며 공격 선봉에 섰다.

 

Rendon 홈런

 

마지막으로는 거취가 불확실하지만 다시 FA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2019년 월드시리즈 MVP Stephen Strasburg가 있다. 토요일 (11월 2일) 자정까지 남은 계약 (4년 1억만 달러)을 파기하고 FA가 될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다. 만일 Strasburg가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FA가 될 것인지 혹은 워싱턴과 현재의 계약을 조정할 것인지 주목된다. 작년 LA 다저스의 Clayton Kershaw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계약 기간과 총액을 조정하며 팀에 잔류했다.

 

World Series MVP

 

5) 1/1,420 그리고 0.1%

 

그간 총 1,420번의 7전 4선승 구조의 포스트시즌 시리즈가 북미 스포츠 (MLB, NBA 그리고 NHL 포함)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월드시리즈가 첫 6경기를 치르며 원정팀이 모든 경기에 승리한 첫 시리즈라고 한다. 7차전에서 원정팀인 워싱턴이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으니 7차전 모든 경기를 원정팀이 승리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그야말로 1/1,420의 시리즈가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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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https://www.baseball-reference.com/teams/WSN/2019-playoff-odds.shtml

 

마지막으로 Baseball-Reference에 따르면 5월 말 워싱턴이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확률을 0.1% 미만이라고 예상했다 (참고로 9월 22일의 10.70%가 최고 수치였다). 그 데이터를 가져와 그래프로 표현했다. (편의상 <0.1%로 되어있던 수치는 0.1%로 변환했다).

 

Honourable Mentions 1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끝난 후 휴스턴 라커룸에서 축배를 들던 부단장 Brandon Taubman이 몇몇 여성 기자들을 향해 욕설하며 “Thank God we got Osuna! I’m so f**king glad we got Osuna”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Roberto Osuna는 토론토 블루 제이스 출신의 마무리 투수로 작년 여름에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캐나다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되었지만 Peace Bond (일종의 집행유예)에 서명하면서 기소 중지 처분을 받았다.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Osuna는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블루 제이스에서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라커룸에서의 소동이 보도된 후 휴스턴 구단은 오히려 기자를 거짓말쟁이로 몰며 사태를 덮으려 했으나, 다른 기자들이 그 사건을 증언하며 Taubman은 해고되었으며, 휴스턴 구단주인 Jim Crane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하였느냐?” 라고 묻자 “바빠서 하지 못했지만 하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건 당사자였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그 기자회견장에 있었다는 후문이 들려오며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비판을 들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월드시리즈를 지켜보던 많은 팬이 휴스턴 구단에 등을 돌리는 사태도 초래했다.

 

Jim Crane

 

Honourable Mentions 2

이번 워싱턴의 우승으로 다시금 회자하는 선수가 있다. 시즌 전 FA로 거액 (13년 3억3천만 달러)을 받고 같은 지구의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Bryce Harper다. Harper 선수는 필라델피아 계약 후 인터뷰에서 “We want to bring a title back to D.C.”라는 말실수를 한 바 있다. Harper의 얼굴과 눈물을 흘리는 Michael Jordan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은 물론 많은 패러디물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Internet always wins…

 

Harper의 인터뷰

 

Honourable Mentions 3

이번 시리즈를 주목하여 보고 있는 독자들 혹은 스포츠 기사를 자주 읽는 독자들은 이미 알 법한 내용일 것 같다. 5차전에서 몇몇 팬들이 기이한 행동을 펼친 후에 모든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영구추방 당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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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si.com/mlb/2019/10/31/nationals-world-series-win-improbable

 

또 한해의 야구 시즌이 마무리됐다. 0.1%의 확률을 100%로 만들어낸 대단한 포스트시즌이었다. 한편으론 워싱턴 내셔널스가 아닌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우승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도 생긴다. 이제 Free Agency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내년 개막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긴 겨울이 야구팬들에게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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