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의 끝은 어디인가?

리그 전체로 번지는 스캔들

11월 말에 오프시즌을 다루며 하나의 꼭지로 다룬 사인 훔치기 (sign stealing) 스캔들이 다시 한번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 당시에만 해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한참 조사가 진행되어있을 상황이라 Houston이 어떤 징계를 받을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1월 13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9장짜리 리포트를 발표했다. (전문) 그 전후 상황을 팀으로 나누어서 살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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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si.com/mlb/2019/12/12/astros-sign-stealing-investigation-expands

 

개요: 무엇이 문제인가?

저번 글에서 다루었듯, 야구에서는 수신호로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다. 투수와 포수, 벤치와 코치/선수 그리고 주루 코치와 선수들. 이에 더해 포수 또한 야수들에게 수신호로 다음 플레이에 대해 약속을 한다. 이에 맞춰 선수들과 코치들이 상대 팀의 사인을 해독하는 것 또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프로, 고등학교 그리고 리틀리그 야구에도 통용되는 불문율은, 사인이 읽히도록 방치한 팀이 잘못한 것, 사인을 훔치되 걸리지 말 것 (혹은 너무 티가 나게 하지 말 것), 그리고 행여 발각되었을 때에는 보복을 각오해야 할 것 (빈볼을 각오할 것).

야구장 내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사인을 훔치는 것까지 매도하거나 양심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당한 비판을 넘어서서, 우승을 박탈하자던지, 구단 전체 혹은 선수 몇몇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은 그냥 웃어넘기기로 한다.

 


스캔들을 잘 정리해 놓은 Foolish Baseball의 비디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몇몇 前 코치 그리고 선수들은 자신들의 일화를 나누기도 했다. Tim Flannery라는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자 前 San Francisco Giants 코치는 모든 팀이 사인을 훔치기 위해 노력했으며 심지어 지난 경기 영상과 스카우터를 통해 상대 팀 코치들의 수신호를 경기 전 해독하려 했다는 일화를 나누었다. 본인은 16년 동안 노트를 적거나 비디오를 보며 매일 밤 상대방의 사인을 읽으려 노력했다며 제발 야구를 그냥 가만히 두라고 당부했다.

위 같은 의견도 있지만 LA Dodgers의 Alex Wood 투수는 사인을 훔치는 타자들보다 차라리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선수를 상대로 투구하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사인 훔치기는 효과가 있는가? 결론은 “모른다.” 이다.

 

Astros 가 한참 신나게(?!) 사인을 훔치던 2017년의 홈/원정 타격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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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듯이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원정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모습이 보인다. 무슨 짓을 해도 잘하는 팀이 잘하는 게 프로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히 포스트시즌만 놓고 보면, Astros의 홈/원정 타격 통계의 격차가 유난히 나는 것은 사실이나 오로지 18경기를 놓고 판단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다.

이런 답이 없는 갑론을박 속에 따져 봐야 할 것은 메이저리그는 어디까지 사인 훔치기를 인용하고 있나? 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규칙에는 사인 훔치기에 대한 룰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기기 사용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으며 리플레이 룸에 대한 규칙이 2019년 시즌 전에 만들어졌다.

이제 몇 문단으로 나누어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팀들의 상황을 짚어 보기로 하겠다.

 

1) Houston Astros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 센터필드에 위치한 카메라를 이용해서 포수의 수신호를 독해한 후 쓰레기통을 이용하여 사인을 선수들에게 전달하였다. 또한 스마트 워치 그리고 핸드폰을 이용하여 사인을 전달했다는 정황도 포착되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더그아웃 바로 뒤편에 모니터를 설치하여 경기 상황을 지켜보았다.

메이저리그는 단장인 Jeff Luhnow와 매니저인 AJ Hinch를 1년 동안 무급 자격 정지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렸으며, 향후 2년간 1라운드와 2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몰수했으며, 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500만 달러는 사무국이 팀에게 부과할 수 있는 최고 벌금액이다).

이런 징계가 발표된 당일 Astros 구단은 Luhnow와 Hinch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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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hnow (좌)와 AJ Hinch (우)

 

리포트에 따르면 팀의 구단주인 Jim Crane과 단장인 Jeff Luhnow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팀의 사장이자 단장으로서 팀을 대표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또한 AJ Hinch는 사인 훔치기에 사용되었던 모니터를 두 차례 부수는 행동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였으나 매니저로서 상황을 중재할 의무가 있었으며 2017년 정규 시즌뿐만 아니라 2017년 포스트시즌 중에도 단순히 방관함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 사건의 주동자는 당시 벤치코치 (수석코치)였던 Alex Cora와 Carlos Beltran을 포함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arlos Beltran의 조카라고 밝힌 트위터 계정이 Astros의 Jose Altuve와 Alex Bregman이 진동하는 패치를 몸에 부착하고 경기를 뛰었다고 밝히며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될 뻔하였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공식적으로 증거를 찾지 못하였다고 밝힘으로 무수한 의혹만 남게 되었다.

 

Altuve의 수상한 행동

 

재미있는 사실은 Beltran의 가족은 조카가 아니라며 관계를 부정하였다. Astros 선수 중 한 명의 가짜 계정이 아니냐고 호사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2) Boston Red Sox 그리고 New York M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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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s Beltran(좌) Alex Cora (우)

 

Alex Cora는 2018년 시즌 전 Boston Red Sox 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8년 Red Sox 도 정규 시즌 중에 사인을 훔친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밝히며 Cora에 대한 징계는 그 조사 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2018년 포스트시즌 중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파견한 직원이 리플레이 룸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상한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후 징계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Red Sox 는 “쌍방 합의 하에” 결별하게 되었다고 발표를 했다.

기사에 따르면 리플레이 룸에 선수들이 출입하여 영상을 보고 사인의 패턴을 파악한 후에 2루에 출루한 주자가 타자에게 포수의 사인을 전달했다고 한다. 리플레이 룸에 선수들이 출입하는 것은 흔히 통용되는 일이며, 리플레이를 통하여 방금 있었던 플레이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는 일도 흔히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Astros 가 한 일은 특수강도라고 치면 Red Sox 가 한 일은 단순 절도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라이벌 팀인 New York Yankees의 전담 해설자인 Michael Kay는 Astros 가 한 일은 불법에 해당하지만, Red Sox 가 한 일은 gamesmanship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한 모든 팀 더그아웃 뒤에 리플레이 룸이 있기 때문에 쉽게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Michael Kay

 

다른 주동자인 Carlos Beltran은 이번 오프시즌 New York Mets의 매니저로 부임했다. 그 또한 스캔들이 불거진 후 구단 측과 “쌍방 합의 하에” 보직 해제 되었다.

 

3) 그리고 Others…

이에 더해서 Logan Morrison이라는 선수는 본인의 경험에 따르면 New York Yankees 그리고 LA Dodgers 또한 Red Sox 와 비슷한 방식으로 리플레이 룸을 통해 사인을 훔쳤다고 밝혔다. 과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Red Sox 에서 조사를 멈출 것인지, 아니면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후폭풍

지난 주말 (1월 17일 – 20일)에도 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많은 팀이 시즌 시작 전 팬들을 위해 겨울 페스티벌을 열었다. Astros 도 예외가 아니였고 그 자리에서 많은 선수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중 Jose Altuve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 답변하면서 다시 월드시리즈에 올라가서 모든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팬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단순히 “과거 행동에 대해 후회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줌으로 실력을 다시 인정받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Altuve의 인터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모든 구단에 함구령을 내린 상황이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 빙산의 일각인지, 스캔들의 대부분을 정리한 것인지, 오직 사무국과 몇몇 관계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스캔들이 리그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무국이 이 정도에서 봉합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다음 2주 동안 더 크게 번지지 않는다면 다음 글에서는 2020년 명예의 전당에 새롭게 헌액된 선수들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과정에 대해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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