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의 미학,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

라벨 정보를 읽는 법과 담겨진 이야기

와인을 구매하러 갔을 때,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당연히 와인병에 붙어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라벨(Label)'이다.

클래식한 디자인 부터 모던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 가지각색의 라벨 디자인이 소비자를 현혹(?)힌다. 각각의 와이너리의 마케팅 부서에서, 특히나 신세계(유럽을 제외한 모든 곳)의 경우, 와인의 캐릭터를 담기 위해, 라벨 디자인에 그를 감성적으로 반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세계(유럽)의 경우는 전통성을 고수하는 쪽이 십분 더 많기 때문에, 와인 구매에 경험이 적은 이들은 매장에 들어가면, 오리무중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별로 몇가지의 예를 들어 이를 풀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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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르고뉴, 라두아 지역의 와인 (생산자: 도멘 가스통 & 피에르 라부)

 

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으로 Ladoix (라두아)라는 글씨가 가장 크게 보인다. Ladoix 라는 표기는 다름아닌 지역명으로 이 와인이 생산된 마을을 가르킨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밑에 표기인 Appellation d'Orgine Controlee (AOC). AOC란 와인 포함 모든 농산물 및 식품에 적용되는 품질 관리법으로서, 허가된 제품에 원산지역명을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그 원산지역의 특색을 반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와인의 경우 각 AOC별로 허용되는 포도 품종이 있으며, 따라서 지역 이름은 비단 원산지 자체를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의 캐릭터를 내포한다. 이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타 유럽국가들도 같거나 비슷한 룰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구세계 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 공부가 꽤나 필수적이고, 그 AOC에 허용된 포도 품종을 이해해야 비로소 '에우레카'가 터져나올 수 있다. (라두아는 부르고뉴의 소속된 지역이기 때문에, 피노 느와 (Pinot Noir) 100%로 와인을 제조한다.) 라벨에 쓰여진 몇가지 추가적인 표기를 보면, "Mise en bouteille a la Propertier (와이너리에서 직접 병입되었음)"을 볼 수 있고, 그를 지나밑에 Domaine Gaston & Pierre Ravut가 바로 이 와인의 생산자명이다. 하지만, 때로는 와인에 따라서는 표기가 최소화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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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위한 미국 캘리포니아와 프랑스 와인들

 

위 사진에서 중앙과 가장 오른쪽에 있는 와인을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으로, 다른 부수적인 표기 없이 와인명과 지역명 (그리고 빈티지)만이 간략히 적혀 있다. 중간은 Chateau Siaurac 이 와이너리이자 와인명이며, 밑의 Laland de Pomerol이 보르도 강 오른쪽의 지역명이다. 또한, 끝의 디저트 와인인 Lieutenant de Sigalas 가 와인명 (Chateau Sigalas 의 세컨드 와인 - 퍼스트/세컨드 와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그리고 밑의 Sauternes 이 지역명이다. 경험이 적은 소비자들은 불친절한 표기가 불만스러울 수도 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이건 마치 우리가 이천은 쌀이, 강원도는 감자가 특산물인 것을 자연스레 알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차적인 표기가 붙지 않아도 이 와인이 무엇인지, 대번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와인산업이 유럽중심으로만 돌아가던 19-20세기 시절에는 그냥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개념이었다.

이런 점에서 바로 신세계 와이너리들이 한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는데, 바로 라벨에 포도품종명을 직접 표기하는 것이었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서 네번쨰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인데, 사실 대체적으로 구세계와 크게 차이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세계 라벨 읽는 방식을 따라가면, Chateau Buena Vista가 와이너리이자 생산자, Napa Valley가 생산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이점은 그 밑에 따라오는 Cabernet Sauvignon, 바로 메인 포도품종을 알린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현재는 많은 와인 소비자들이 포도품종의 특성에 따라 와인을 구분하는 편이며, 구세계의 와이너리조차도 품종을 병기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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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돈 하코보 그란 리제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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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제이 빈야드 스파클링 와인

 

허나, 이런 이론적인 내용을 제쳐두고, 아마 소비자의 눈길을 제일 먼저 끄는 것은 라벨 자체의 이미지일 것이다. 위의 예시처럼, 금속 라벨에 에칭을 해서 고풍스런 느낌을 살리기도 하고, 모든 표기를 삭제하고 과감하게 와이너리 마크만 떡하니 찍어놓는 경우도 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와이너리에서 와인의 특성을 반영키 위해, 고심끝에 내놓은 디자인으로, 이럴 때는 이론을 제쳐두고 감성적인 선택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결정장애가 온다면, LCBO 직원을 호출해 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라벨 얘기를 하면 한 가지 뺴놓을 수 없는 와인이 하나 있는데, 바로 프랑스 보르도, 쌍떼스테프의 샤토 칼롱 세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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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칼롱 세귀르와 그 세컨 와인 르 마르퀴 드 칼롱 세귀르 (보르도 현지)

 

프랑스 보르도 쌍떼스테프의 3급 그랑 퀴리 (Grand Cru: 특급밭)인 샤토 칼롱 세귀르는 라벨 중앙의 저 하트 모양때문에, 큰 유명세를 떨치는 와인인데 (특히나 발렌타인 데이에), 사실 저 하트는 연인의 사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는 과거 세귀르 백작이 지고하신 1급 그랑 퀴리인 샤토 라피트, 샤토 라투르 그리고 이 샤토 칼롱 세귀르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을 때, "나는 라피트와 라투르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내 마음은 칼롱에 있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를 반영하여, 라벨에 나타낸 것이다. 혹시라도, 저 귀여운 하트모양에 속아, 이 와인이 달콤할거라는 기대는 해서는 안된다. 칼롱 세귀르는 엄연한 보르도 와인, 그 중에서도 그랑 퀴리로, 보통 10년 이상 숙성을 요하는 볼드한 레드와인이다.

와인이라는 상품은 비단 취하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술이 아니다. 미각과 후각을 통한 그 예술성을 느껴보는 데 역점이 있으며, 와인의 라벨은 시각적으로 그를 거든다고 보는 게 나의 견해이다. 이 글로 조금이나마,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도왔기를 희망한다.

 

*주의사항 및 사족:

1. 이 글은 라벨에 대해 매우 간략히 적은 것이라, 여러가지 이론적인 얘기와 예외적 상황이 생략되었다.

2. AOC룰은 2009년 기점으로 EU의 행정지침에 따라 여 사실 수십개의 원산지가 통합되고, AOP (Appellation d'Origine Protege) 로 바뀌었으나, 많은 와이너리들이 반발, 구 표기를 혼용하고 있다.

3. 보르도 1급 그랑 퀴리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스췰드는 매 빈티지 마다 유명인이 명화를 그려넣는 것으로 유명하며, 무통이 1급으로 승격된 1973년은 피카소가 그림을 그려넣었다. (그리고 피카소가 사망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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