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와인을 아시나요 - 과거의 풍미, 그리스 와인

현대 와인세계에서는 생소해져버린 그리스 와인, 현대와 과거

그리스 와인을 아시나요 

그리스 와인이라고 하면, 사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살짝 어색한 감이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일반적으로 와인의 고향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서남부 유럽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까지 이어져오는 와인산업의 기틀은 로마제국 시절 프랑스-이탈리아 일대에 심은 포도에서 출발하므로 그러한 인식을 부정할 길은 없다. 하지만, 와인의 진정한 출발점은 그 보다 더 이전인 수메르 문명,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한 것으로, 서아시아의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 힘입어 양질의 과실을 만들어졌다고 여겨진다. 같은 교류 지역권인 이집트 문명 또한 그에 뒤지지 않은 와인문화를 발달시켰으며, 이렇게 현재의 중동지방에서 발현된 와인은 페니키아와 아나톨리아 반도를 거쳐, 그리스 문명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사실상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와인의 시작인 셈이다. 히타이트 제국과 고대 이집트의 신왕조가 모두 몰락해가는 기원전 12세기에서 7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암흑시대는 역사사료가 매우 부족하여, 정확한 파악이 힘들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시대 기원전 5세기경 즈음에 와인은 이미 그리스인의 생활의 큰 한축으로 자리잡혀 있음을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들 사이에서, 전 날의 숙취로 오늘은 천천히 가자라는 기록도 보일 정도이니, 트라시마커스와 소크라테스가 정의와 불의 이득에 대해서 열띈 토론을 벌일 때에도, 그 두 사람의 손에는 와인잔이 들려있었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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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

사진 출처: The Cycle of Wine: Wine Goes Back to Original Form,  http://alterblogging.altervista.org/the-cycle-of-wine-wine-goes-back-to-original-form/ 

 

그런데, 그들은 어떤 와인을 마셨을까? 물론, 현대에 시판되는 와인들의 품종은 (특히나 20세기를 거치며), 수많은 개량을 거쳤기 때문에, 고대의 그것을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최근에 흥미로운 그리스 와인을 발견해서, 그 당시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상기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비교대상까지 동원 오랜만에 자세한 테이스팅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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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awse, Growers' Blend Pinot Noir 2018, Niagara Penninsula, Canada / Invicta, Xinomavro 2019, Macedonia, Greece

 

인빅타 지노마브로 테이스팅 노트

  • 색상: 선명, 퍼플 코어, 레드 림
  • 아로마: 미듐+인텐시티, 석류, 라스베리, 토마토, 발사믹, 젖은 돌
  • 풍미: 미듐+산도, 미듐 타닌, 미듐 바디, 미듐- 알콜, 입안 풍미의 대부분이 아로마와 일치함.
  • 피니쉬: 미듐
  • 코멘트: 접하기 쉽지 않은 매우 독특한 품종이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 덕에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게 큰 장점인 듯 싶다. 그리스 북부의 품종이지만, 약간 차게 마시면, 예쁜 과실향 덕에 남부의 따스한 산토리니가 어울릴 것 같은 와인이다. 와인자체가 매우 생동감있는 분위기라 무거운 철학 토론에 적절한 균형추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좀 흠을 잡자면, 피느 느와에 비교해서는 향이 조금 팍 쏘는 편이고 산도가 꽤나 튄다 - 러스틱한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타와즈 그로어즈 블렌드 피느 느와 테이스팅 노트

  • 색상:  선명, 레드 코어, 루비 림
  • 아로마: 미듐+인텐시티, 딸기, 체리, 무화과, 버섯, 연필심, 꽃향기
  • 풍미: 미듐 산도, 미듐 탄닌, 미듐 바디, 미듐- 알콜, 풍미에서는 과실향과 연필심 향이 더 강조됨
  • 피니쉬: 미듐
  • 코멘트: 사실 이 와인은 가격대도 한단계 업이거니와, 타와즈의 피노 느와 양조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아로마 프로파일에서부터 절제됐지만 더 화려한 향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피노 느와의 특성상, 화려한 꽃내음을 뿜어내는 것에는 당하기 힘들 듯 싶다. 지노마브로보다는 훨씬 여성적이고 나풀나풀한 특성이 강하며, 아무래도 더 모던하고, 단정한 미를 자아낸다.

 

인빅타의 와인도 상당히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와인이지만, 그리스 토착 품종의 덕인지, 옛 것과 새 것의 경계를 여행한 느낌이 어렴풋이나마 풍긴다. 아마도 기원전에 마시던 그것은 지금보다 훨씬 시고 떫었을 것이다. 균일한 과실농축감을 유지하는 기술도, 정교하게 쥬스를 짜내는 기술도 없던지라, 현대의 기준에서는 탄닌 가득한 포도식초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그런 탓에, 신화 속 얘기를 봐도 와인에 꿀을 타서 마시는 편이다.) 하지만, 플라톤이 기록한 심도있는 그들의 대화를 보자면, 그럼에도 와인은 사람을 이어주는 효과적인 촉매의 역할을 했었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와인 한 잔 같이 기울이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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