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링의 미학: 음악과 와인

와인 경험을 극대화 하기 위한 노력, 음악에서도 찾아보기

와인은 맛과 향을 즐기는 기호품이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보통 같이 입으로 들어가게 되는 음식과의 페어링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은 비단 미후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각, 청각, 촉각 또한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비단 서로 분리되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안에 혼합되어 공감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스토랑에서 무엇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음악을 틀어놓겠는가. 그것은 즉 앰비앙스 (Ambiance)가 사람의 공감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한 복합된 자극 속에서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 되고, 후에는 '추억'으로 남게 된다. 앰비앙스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도, 청각의 효과는 와인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서양 클래식을 심히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여 몇몇 즐겨듣는 음악과 기억에 남는 와인 중 음악과 페어링이 뛰어난 경우를 소개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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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ur Pinot Noir, Monterey County, California &

W. A. Mozart Piano Concerto No. 22 E flat major K. 482 (특히 3악장)

Mozart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Wolfgang_Amadeus_Mozart>

 

몬트레이 카운티는 나파-소노마 지역보다는 상당히 남쪽에 있는 지역이라, 기후가 한층 더 뜨거움에도, 아주 깔끔하고 밸런스 좋은 피노 느와가 생산되어 놀랐던 와인이다 - 그것도 $27의 가격에.  간드러지는 딸기와 체리향이 넘실거리며, 초여름 밝게 뜬 태양아래 한 껏 유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합과 장미. 마치 통통 튀지만 경박하지 않은 매력을 자랑하는 이 와인은 여름의 공원에서 느긋하게 와인을 기울이는 듯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2번이 참으로 제격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빈 도심 광장에서 모차르트가 황실 야유회를 위해 이 곡을 연주하는데, 바로 그 분위기에 정말이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꼭 이 와인이 아니더라도 캘리포니아산 피노 느와라면, 대부분 이런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이번 여름에 야외에서 한 잔할 계획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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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ine Meo-Camuzet, AOP Fixin &

J.S. Bach Violin Concerto in a minor BWV. 1041

Bach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C%9A%94%ED%95%9C_%EC%A0%9C%EB%B0%94%EC%8A%A4%ED%8B%B0%EC%95%88_%EB%B0%94%ED%9D%90>

 

위와 같은 포도 품종인 피노 느와로 만들어진 와인이지만, 부르고뉴의 것으로 위와는 참으로 다른 성격의 와인이다. 거기에 더해 부르고뉴에서는 탑 생산자인 메오-카뮈제가 픽상 (Fixin) 지역의 포도로 빚은 이 와인은 완벽한 절제와 구조감을 선보인다. 적정한 수준의 체리와 라스베리 향이 감돌지만 폭발적이진 않고, 은은한 짚단, 흙내음과 함께 매우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가 하다가도, 아주 긴 피니쉬를 남기며, 규모는 작은 듯해도 대단한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마치 견고한 대위법으로 쌓아올린 바흐의 음악 중에서도, 언제 들어도 편안한 실내악인 바이올린 협주곡 BWV 1041이 특히 떠오른다. 이 곡을 직접 연습하면서도 많이 느낀 것이지만, 규모가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으나, 섬세한 테크닉이 수반되지 않으면 표현이 정말 힘든 곡이다. 와인 중에서도 까다로움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르고뉴 피노 느와에 참으로 궁합이 좋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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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Pichon Baron - au Baron de Pichon-Longueville (First Label at first left) &

F. Chopin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Chopin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Fr%C3%A9d%C3%A9ric_Chopin>

 

쇼팽 초기의 최대 걸작인 이 피아노 협주곡은, 쇼팽이 빈으로 음악여행을 떠날 때 고향인 바르샤바에서 초연한 곡으로, 3분이나 되는 웅장한 서주에서는 그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보르도 포이약의 2급 그랑 퀴리 클라쎄인 피숑 바롱은 농축된 듯한 과실향과, 그리피한 타닌이 큰 매력으로, 마라톤 선수가 그 출발을 뛰어나가 듯 올곧고,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이 음악과 참으로 닮은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협주곡이 피아니스틱한 페세지의 서정성을 더해가 듯, 와인 또한 점점 더 화려한 바이올렛과 시가향으로 부드러운 매력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3악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포르테시모의 e 음으로 곡을 끝마칠 때의 여운은, 와인의 피니쉬처럼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다. 혹시라도 오랜 여정을 마치고, 축하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 와인과 쇼팽의 위대한 걸작을 같이 감상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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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lieu Vineyard - Madame de Latour &

J. Brahms Symphony No. 1 in c minor, Op. 68

브람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Johannes_Brahms> 

 

브람스가 장장 20년의 세월을 거쳐 완성할 수 있었던 교향곡은 후기 고전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작으로, 그의 교향곡 중에서도 매우 극적인 곡이다. 제 1악장의 강렬한 서주를 듣고 있으면, 하염없는 고뇌와 방황에 빠져드는 느낌으로, 이 마담 드 라루트가 지니는 블랙홀스러운 매력과 매우 닮아 있다. Beaulieu Vineyard에 직접 방문해야지만 구경할 수 있는 이 특별한 와인은 카베르네 쇼비뇽 99%와 단 1%의 쁘디 베르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담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거친 폭풍과도 같은 남성적 매력을 자랑한다. (반대로 짝궁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 드 라투르는 상당히 부드러운 여성적인 느낌이다.) 이 와인을 마시게 되면, 첫 모금에는 거대한 구조감에 교향곡의 도입처럼 압도되는 느낌이지만, 2악장처럼 차분하기도 했다가, 종국에는 4악장처럼 커다란 환희와 감동을 맛보게 되는 마성의 와인이다. 이 유행병 사태가 끝나고 나파 밸리로 도피를 하고 싶으신 독자가 있다면, Beaulieu Vineyard의 Reserve Tasting을 통해 이 와인을 꼭 한 번 맛보고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 음악과 함께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의 도피가 가능해 질 것이다.

 

와인이란 비단 맛과 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와인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추억'이라는 산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과 추억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삶을 풍족하게 하게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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