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화이트 와인 조명해 보기 4부 - 리슬링

독일이 고향인 리슬링의 특성, 색다른 매력을 파헤쳐 본다.

화이트 와인을 들여다보는 네번쨰 시간. 이번에는 화이트 계에서는 샤도네나 쇼비뇽 블랑 만큼이나 대표적이지만, 정작 그 대표성만큼이나 주목을 잘 받지 못하는 품종이 있다면, 난 아마 단연 리슬링 (Riesling)을 꼽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미의 레스토랑에 방문했을 때, 글래스 와인 리스트를 한 번 살펴 보면, 의외로 리슬링이 잘 없거나 있어도 딱히 종류가 다양하지 않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물론, 리즐링의 명산지인 나이아가라 지역은 예외).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포도나 와인의 특성보다는, 원산지인 독일에 기인하는 일종의 마케팅적 요소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짐작한다. 첫째로, 보통 와인세계에는 프랑스를 필두로 로망스어군 국가의 와인들이 압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독일은 맥주로 더 유명하다는 인식이 많다. 게다가, 독일어는 한자에 버금가는 조어력으로, 끊임없는 단어합성에서 발생하는 복잡성 때문에 영어 및 로망스어군에 비해 독일어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라벨을 읽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발음하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들어 다른 와인으로 구매 방향을 트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데체 얼마나 어려운지 원산지와 그 특성부터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산지와 특성

리슬링의 고향은 독일의 라인강 유역으로, 대략 중세시기부터 구에 블랑 (Gouais Blanc) 혹은 트라미네(Traminer)품종에서 파생되어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독일 포도재배의 90%는 리즐링일만큼 품종을 대표하는 수준이었다. 그 대표성과 더불어 독일은 다른 국가와는 약간 다른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다. 프레디카츠밴 (Präikatswein)이라는 당도에 따른 분류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독일 리즐링은 (드라이 한것도 있지만) 달다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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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팅어 소네뉴르 지역에서 만드는 마커스 몰리토르 (Markus Molitor)의 스퍗레제 (Spätlese) 리슬링.

라인강의 지류인 모젤강의 남쪽지역으로, 고급 리슬링이 많이 생산되며, 마커스 몰리토르는 특히나 오크를 잘 쓰는 생산자로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모젤 파인 와인 (Mosel Fine Wines) <http://www.moselfinewines.com/2006-markus-molitor-zeltinger-sonnenuhr-spatlese-golden-capsule-2.php>

 

카비넷 (Kabinett) - 영어로 캐비넷, 즉 캐비넷에 넣어 보관해도 되기 시작할 정도로 달다는 직관적인 의미로 정해진 이름이다. 보통 오프-드라이에 수준의 당도에 머물며, 개인적으로 가벼운 과실향과 함께 다과를 즐기기 좋은 정도의 와인이 많이 산재한다고 생각한다.

 

스퍗레제 (Spätlese) - 영어로 레이트 하베스트 (Late Harvest), 늦게 추수되었다는 얘기로, 그 만큼 태양에 더 노출되었다는 의미이기에, 당도가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슬슬 디저트 와인의 느낌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미듐당도와 벌꿀향을 선보이기 시작하며, 숙성가능시기도 상당히 올라간다.

 

어스레제 (Auslese) - 영어로 셀렉트 하베스트 (Select Harvest). 보통 완전히 익거나 과실향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 추수해서 선택된 과실만 선별해서 만드는 와인으로, 스퍗레제보다 더 강렬하고 복잡성과 높은 바디감을 가지는 것이 특성이다. 대체적으로 미듐 스윗에서 스윗으로 이제는 확실히 달아지지만, 때로는 당도를 줄여 드라이하게 만드는 와인도 있다. 이 경우는 바디감을 높여 마치 오크 샤도네와 같은 고급스런 느낌을 내기 위함이다.

 

비렌어스레제 (Beereauslese) - 영어로 셀렉트 베리 하베스트 (Select Berry Harvest). 이 등급부터 와인의 방향성이 확실하게 달고 마치 시럽 달아지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귀부 곰팡이, 노블 랏 (Noble Rot)의 영향이다. 보트라이티스 시네라 (Botrytis Cinera) 곰팡이에 감염되면, 곰팡이가 포도의 수분을 빨아들여, 당도가 진해지는 원리로 만드는 와인으로, 헝가리의 토카이, 보르도의 소테른도 이 방식으로 유명하다. 귀부 와인의 수준이 되면 단순히 달기보다, 마치 오래된 다락방을 방문하는 듯한 옅은 곰팡내 때문에, 독특한 경험이 가능하다.

 

트로큰비렌어스레제 (Trokenbeereauslese) - 셀렉트 드라이 베리 하베스트 (Select Dry Berry Harvest). 와인이 드라이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다름 아닌 위의 귀부 포도를 말리기까지 해서 양조하기 시작한다. 엄청난 유질과 당도 때문에, 와인이 100년도 거뜬히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며, 거의 빈티지 포트 와인처럼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야 진면목이 보일 수 있을 수준.


에이스벤 (Eiswein) -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다름 아닌 아이스 와인이다. 16세기경에 추수를 놓친 게으른 양조자가 얼어버린 포도가 아까워 만든 것이 시작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당도가 높아지는 원리는 위의 귀부와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은 와인이 얼어서 빠지는 것. 독일의 경우 매년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풍작 조건이 정확히 일치하는 좋은 해만 골라서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아이스 와인보다 더욱 고급취급을 받으며, 가격도 엄청 비싸다.

 

이외에도 독일의 바덴 (Baden)이나 팔즈 (Pfalz) 지역은 오크숙성을 거쳐 색다른 리슬링을 생산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지역도 독일 라인지역과 기후가 비슷하여 리슬링의 명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나이아가라의 와이너리들을 보면 독일계 이민자들이 세워 이름부터 독일풍인 와이너리를 여럿 볼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Inniskillin, Konzelmann등) 다만, 포도 재배의 면적이 여타 유명 와인 재배지역에 비하면 매우 작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최근 10년간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거듭하며, 맛있는 리슬링을 많이 만들고 있다. 나이아가라의 리슬링도 독일 스타일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지만, 추운 기후를 십분 활용한 높은 산도의 리슬링도 많은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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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나이아가라 - 바인마운트 릿지 (Vinemount Ridge) 지역에서 만든 찰스베이커-스트라투스 (Charles Baker - Stratus) 리슬링

찰스 베이커 리슬링은 오랜기간 명생산자로서 이름을 드높였으며, 높은 숙성포텐셜로도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비앤비 나이아가라 (B&B Niagara) <https://bandbniagara.com/wineries/charles-baker-wines/>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알자스 지역도 높은 품질의 리슬링으로 유명하다. 알자스는 독일과 달리 가당 (당을 첨가하는 것)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이 점과 함께 프렌치 오크 숙성을 활용하여, 바디감 높은 리슬링을 만드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가당을 하게되면 발효과정에서 알콜과 바디감이 높아지게 되고, 이를 오크 숙성으로 부드럽게 다듬는 것이다. 스테인레스 숙성으로 과실향이 강조된 여타 리슬링과는 다른 매력을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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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그랑퀴리인 알텐버그 드 베르게힘 (ALtenberg de Bergheim) 밭에서 생산된 구타브 로렌츠 (Gustav Lorentz) 의 리슬링

이미지 출처: 오프닝 바틀 (Opening Bottle) <https://openingabottle.com/two-grand-cru-riesling-alsace-try/>

 

그 외에도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꽤 재배하는 편이며, 이 쪽 지역의 리슬링은 보통 라임과 시트러스향이 더 도드라지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 토론토의 매장에는 대부분이 위의 언급된 세 지역의 리슬링만을 볼 수 있으며, 다른 지역의 리슬링은 1년에 몇 번 릴리즈 되는 수준이라, 소비자들이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석유향


복숭아, 살구, 라임, 벌꿀 등 양조방식과 지역에 따라 여러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공통적인 특성을 하나 꼽자면 바로 석유 냄새다. 과일을  리슬링의 숙성과정에서 카로티오니드 전구체의 가수분해 때문에 발생하는 1,1,6-trimethyl-1,2-dihydronaphthalene 물질 때문인데, 보통 이 화학물질의 양은 과실히 얼마나 익느냐와 태양을 얼마나 보느냐에 비례한다. 절대로 주유소에서 맡는 휘발유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고, 과실향의 뒷편으로 엷게 석유등을 켜놓은 듯 한 향으로, 듣기와는 달리 리슬링에 나름의 운치를 더하는 편이다. (때로는 고무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마시는 사람은 약간 당황할 수 있으니 주의.

 

페어링

 

리슬링, 특히 독일 리슬링의 특성인 당도 때문에, 맵고 스파이스한 음식에 컨트래스트 (Contrast) 페어링이 일품인 것이 큰 매력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해 마다 않는 떡볶이 부터 시작해서, 얼큰한 해물탕까지 궁합이 뛰어나다. 드라이 리슬링도 가벼운 흰살생선부터 삼겹살까지 페어링의 폭이 매우 넓으며, 클럽 하우스 샌드위치와의 점심이 아주 클래식이라 할만하다. 와인만 마셔도 훌륭한 스타일이 많으니, 특히나 와인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크게 권할만 하다.

 

음용온도

 

리슬링도 샤도네 만큼이나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기 때문에, 음용온도가 약간 까다로울 수 있는데, 왜냐하면, 너무 차갑게 마시게 되면, 리슬링의 복잡성이 묻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달콤한 스타일로 갈수록 약간 온도를 높여 (섭씨 9-10도) 마시는 것이 팁이다.

혹여나 이제까지 소개된 화이트 와인 특집 중에 그 어떤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면, 이 리슬링으로 여름을 나는 것을 적극추천하고 싶다. 상당수가 프랑스/이탈리아 고향인 포도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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