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와인가격 속, 오랜간만에 즐기는 론 밸리 와인, 새삼스런 발견
아직은 심하게 가격변동을 보이지 않는 론 밸리 와인들, 인상적이었던 최근 빈티지들의 리뷰
와인을 평소에 즐기시는 분들이 요즘 와인쇼핑을 가서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라면, 아마도 눈에 띄게 오른 가격일 것이다. 와인시장에서 인지도가 좀 덜 한 남아공이나, 중국과의 불화로 상당량의 수요를 잃은 호주-뉴질랜드 와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의 와인가격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와인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프랑스도 단연 예외는 아닌데, 특히나 부르고뉴 지역은 적은 생산량과 날이 갈수록 치솟는 중국 수요 덕분에, 웬만한 마을 단위 와인도 이제는 10-30달러 데일리 클래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부르고뉴에서 남쪽으로 400km 정도에 위치하는 론 밸리의 와인들은 아직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론 밸리의 와인의 최근 빈티지들은 프랑스 그 어느 곳 보다도 돋보이게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론 밸리의 와인 몇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Smoked Salmon & Jambon Platter with:
Maison Louis Latour Grand IGP Ardeche "Chardonnay" 2018 (19달러95센트)
론 밸리의 화이트 와인은 보통 원산지의 특성을 반영하는 AOC/AOP 농산물 표기규제에 따라, 비오니에, 그로나슈 블랑, 마르상 등의 남부지역 포도를 블렌딩 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부르고뉴의 유명 생산자인 루이 라투르는 북부 론과 남부 론을 있는 론 강의 서쪽 지역에서 샤도네 100%로 10개월의 오크 에이징을 거쳐 생산되었는데, 샤도네 본연의 사과와 배향에 독특한 스파이스와 토스티함이 섞여 있는 듯 한 매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카치 훈제를 한 훈제연어의 풍미를 배가시키는 페어링이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구운 돼지고기에도 제격인 와인이다. 무엇보다도, 부르고뉴의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는 이 때에, 정말 감격스러운 가성비가 아닐 수 없다.
Assorted Roast Meat Platter (Brine Berkshire Pork Chop, Striploin, Ribeye) with:
E Guigal AOP Crozes-Hermitage 2018 (39달러95센트)
기갈은 론 밸리에서는 샤푸티에, 페고 등과 함께 유서깊은 생산자이고, 북부 론의 간판과도 같은 코티-로티 (Cotie-Rotie)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크로즈-에미타쥬 역시 북부 론의 생산지역으로, 쉬라 (Syrah) 품종을 주력으로 만들며, 예전보다는 역시 가격이 좀 올랐지만, 품질 대비 가성비는 여전히 좋은 지역이다. 젊은 쉬라 특유의 체리-딸기 무스 같은 부드러움과 흑후추가 좋은 밸런스로 자리 잡혀 있으며, 온난화로 인한 고 알코올 성향이 있음에도 (14.5%), 여전히 크게 중뿔나지 않고 단정한 구조감을 보이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호주의 쉬라즈 (Shiraz - 이름이 약간 다를 뿐 쉬라와 쉬라즈는 유전적으로 같은 품종이다)와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풍미의 방향성이 좀 더 곡선적이고 유한 편이다. 허브와 페퍼 풍미를 머금은 브라인된 폭찹에 제격이다.
Chateau La Nerthe AOP Chateaneuf-du-Pape 2017 (59달러95센트) (왼쪽)
Laurus AOP Gigondas 2015 (40달러95센트) (가운데)
보통 론 밸리하면 떠올리는 그 곳, 바로 샤토네프-뒤-파프다. 샤토 라 너스는, 이제는 대기업이 되어버린 위의 와이너리들 보다는, 여전히 가족 중심에 비교적 그 규모가 작은 곳이지만, 하지만, 와인의 풍미만큼은 이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샤토네프-뒤-파프 지역자체의 은혜도 지분이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네프 (보통 이 지역을 줄여 네프라는 별핑으로 많이 부른다)는 지공다스와 이웃하기 때문에, 쓰이는 품종도 그렇고 기후도 유사하기 때문에, 위 라우루스의 와인과 많은 성질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차이가 보이는 것은, 그 아로마의 폭발성이다. 마치 포푸리 꽃다발을 한껏 들이킨 듯한 화려함과 입안에서 퍼져나가는 딸기와 블랙체리에 젖은 슬레이트 은은한 뒤터치까지 훨씬 더 다양한 프로파일을 보여준다. 지공다스가 승정 (Bishop) 이었다면, 이쪽은 확실하게 교황이다. 젊은 영향도 있겠지만, 탄닌의 레벨도 훨씬 두터워서, 지방층이 더 많은 꽃등심과의 페어링이 더 잘 어울린다.
지공다스 지역은 론 밸리의 남부로서 조금 더 무더운 기후를 반영, 주요 포도 품종이 그로나슈로 옮겨가게 된다. 쉬라보다는 조금 더 응축감있는 검은 과실향을 뽐내는 편이며, 햇살이 더욱 많은 신세계 지역의 그로나슈의 경우는 진판델 처럼 잼향을 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라우르스의 와인은 몇 년간의 에이징이 더해진 영향인지, 단순한 과실향 뿐만이 아닌, 샌달우드와 들꽃이 섞인 향수의 세컨더리 부케가 화려하게 비강을 수놓는다. 입안 풍미에서는 크로즈-에미타쥬보다 한청 더 쌓인 듯한 레이어와 벨베티한 탄닌덕분에 더 완성도 있는 구조감을 뽐낸다. 라우루스도 명성이 높은 생산자라 다른 지공다스에 비해선 5-6달러 정도 가격이 높지만, 40달러에 이 정도 응축감과 긴 피니쉬를 자랑한다면, 오히려 싸다고 볼만한 수준이다. 여기서 부터는 돼지고기 보다는 육향이 진한 소의 채끝살이 일품 페어링.
프랑스 와인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는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광휘에 가려, 론 밸리나 루아르 밸리 같은 비교적 작은 지역이 덜 주목을 받는 경향이 있는데, 와인을 마신다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지역이다. 수준 높은 와인이 많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고, 가격대가 아직은 심하게 출렁이지 않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다음에 와인쇼핑을 갈 독자가 있다면, 꼭 론 밸리 와인을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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