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오른 가격의 부르고뉴 와인 - 가격상승 이유와 구매 이유

부르고뉴 와인은 왜 가격이 올랐나

부르고뉴 혹은 버건디. 이 지역의 이름 하나가 와인 세계에서 가지는 무게감은 가히 무시할 수 없다.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산지의 양대 산맥이며, 전 지역이 사실상 레드 & 화이트 양쪽 다 단일 품종으로만 승부하는 독특한 곳이다. 물론, 레드의 피노 느와 (Pinot Noir) 와 화이트의 샤도네 (Chardonnay) 이외에도 승인된 품종은 몇몇 더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마주하는 '부르고뉴' 와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은 이 둘이다. 부르고뉴에 대해 얘기하려면, 이런 짧은 칼럼으로는 어림도 없고, 대학에서 한 과목을 구성해도 모든 얘기를 못할 만큼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르고뉴 지역은 로마시대부터 중세를 관통하여 유럽역사의 한축이었고, 그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도 여러 역사에 연루되어기 때문이다. 오늘의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 부르고뉴의 가성비와 가격상승에 대해 알아보자.

 

1. 가격 상승 이유

자연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원산지의 생산비용 증가도 이유겠지만, 최근 몇년간 상승의 이유는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라면 공감하는, 중국 시장일 것이다. 특히나 고급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들은 어디에서나 고평가 받기 때문에, 수요량이 늘어나면, 기본적으로 상승폭이 상당히 세다. 부자만 수억명에 달할 것 같은 중국에서 지속적이 수유 푸시가 일어나면,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부르고뉴 지역은 그 유명한 본-로마네 마을의 그랑 퀴리, 로마네 콩티로 대표되는, 일종의 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의 이미지 때문에, 웬만한 보르도 와인보다 더한 프리미엄이 붙는 편이다. 이 중국 시장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이 반대 케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 호주와 중국 관계의 불화로 호주 와인의 중국 수출판로가 막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영향으로 호주 와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상당히 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환경 조건의 변화가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부르고뉴 레드의 주력이자 단일 품종인 피노 느와는 양조자들 사이에는 한숨을 내쉬게 할 정도로 재배하기가 힘들다. 근본적으로 아주 얇은 포도껍질을 지닌 피노 느와는 너무 무더우면, 포도가 과하게 익거나, 타버리게 되고, 조금만 추워도 금방 냉해를 입으며, 보호막이 얇은 만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 침투에 더욱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과실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은 편에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4월의 냉해와 8월의 열돔은 부르고뉴의 가성비에 더더욱이 찬물을 끼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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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와인/위스키 경매 현장. 부르고뉴 와인과 위스키가 점령했던 2019년도 경매

이미지 출처: <https://robbreport.com/food-drink/wine/rare-whisky-and-burgundy-wines-dominated-2019-auction-sales-29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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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냉해로 인해 곳곳의 포도밭에서 불을 피워 온도를 유지하려는 부르고뉴의 모습.

이미지 출처: <https://winehog.org/frost-and-danger-of-frost-damage-2-37426/>

 

2. 그럼에도 부르고뉴 와인을 사게 되는 이유

피노 느와와 샤도네의 고향이라는 상징성도 있겠지만, 부르고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테루아르 (Terroir: 포도밭과 여타 재배환경을 통틀어 와인의 성질에 영향을 주는 개념)의 다양성일 것이다. 부르고뉴의 와인들은 간단히 말해서, 마을 경계선, 심지어 도랑하나만 건너도, 결과물이 매우 상이하게 나오는 미스테리한 곳이다. 특히나 부르고뉴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같은 황금언덕 (Cote d'Or) 이라도 코트 드 본 (Cote de Beaune)은 더 서늘한 기후로 부드럽고 수려한 스타일을 내놓는 반면, 조금 더 북쪽인 코트 드 뉘 (Cote de Nuit)지역은 조금 더 양성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편이다. (물론, 더 세분화된 마을과 밭 구분에 따라 예외도 수두룩 하다.) 이러한 복잡성은 다른 신세계 지역의 와인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이며,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프리미엄을 더 주고서라도 모험을 하게 되는 좋은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의 특성상 반드시 비싼 것 만은 아니다. 약간은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코트 드 뉘 지역 북쪽의 마르사네 (Marsannay)나 코트 드 본 남쪽으로 있는 쌍트네이 (Santenay), 머큐리 (Mercury)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특색있는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이 지역들의 이름을 LCBO선반에서 발견하다면 구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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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쓴이가 가장 인상깊고 맛있었던 매숑 샹드세 (Maison Chandesais)의 쌍트네이 (Santenay)와인 2016년 빈.

 

이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이 벌써 발치에 와있다. 야외 패티오 보다는 이제는 실내에서 따뜻한 음식이 당기는데, 이런 계절에는 와인과 육수에 푹고은 비프 부르기뇽 (Beef Bourgignon)과 부르고뉴 레드 와인을 추천해 보고 싶다. 특히 쌍트네이의 피노 느와라면, 아직 적절한 가성비아래, 신선한 라스베리와 체리향 뒤에 휘감겨오는 버섯과 짚단내음은 계절을 느끼기에 훌륭한 부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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