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BC로의 휴가와 BC 와인

휴가 중에 인상적이었던 BC 와인 두가지

2020년 연말에 글을 썼던 것이 아직 엊그제 같은데, 2021년이 벌써 막달에 이르렀다. 정신없었던 올해의 4분기를 잠시 뒤로하고, 오랫동안 와보지 못했던 휴가를 벤쿠버에서 보내는 참에,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나이아가라 와인보다도 인지도가 더 낮지만, 정상급 와인들을 많이 생산하는 BC와인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와인 생산지역은 켈로나 (Kelowna) 와 오카나간 계곡 (Okanagan Valley)에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은 로키 산맥 깊숙히 산맥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산 속이라 추울 것 같다는 느낌과는 다르게, 오히려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운 기후에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이라, 포도 재배에 적합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1년 평균 낮 기온이 섭씨 15도로 캐나다에서 제일 따뜻하다. 동부의 와인지역인 나이아가라보다도 따뜻하기 때문에, 주력 품종이 카베르네 쇼비뇽을 비롯한 보르도 블렌드가 더 많다. 바로 지척에 있는 워싱턴주 와이너리와는 나름의 차별점인데, 그 곳은 피노 느와를 중심으로한 부르고뉴 와인스타일에 더 주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서 인상적이었던 BC 와인 두 가지를 위슬러 포시즌스 호텔에 위치한 사이드컷 스테이크 하우스 (Sidecut Steakhouse) 에서 만났는데, 이에 대한 간단한 테이스팅 코멘트를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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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멍크 오디세이 로제 스파클링 (Gray Monk Odyssey, Rose Sparkling) 2018

 

보르도 블렌드가 주력이라 해서 다른 와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파클링 와인도 충분히 수준급으로 만든다. 그레이 멍크 와이너리는 1972년 독일-오스트리아계 이민자인 조지/트루디 하이스 (Heiss) 부부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그레이 멍크라는 이름은 피노 그리의 별명인 그라우에 뭉크 (Grauer Mönch)에서 유래하였다. 설립자 부부가 가장 처음 심은 포도가 피노 그리라고 한다. 이 로제 와인은 피노 메뉘에르와 피노 느와 그리고 가메이를 블렌딩 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딸기향이 가장 도드라지게 올라오는 편이다. 적절한 시트러스와 멜론 같은 부드러움, 꽃향기에 약간의 너티함까지 부족한 게 없는 와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웬만한 70-80달러 로제 샴페인과 경쟁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완성도라서, 첫 모금에서 매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식전주로서 완벽한 기능을 해냈으며, 에피타이저로 나온 아이스 와인 비네가렛 드레싱의 샐러드에도 좋은 서포트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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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베렌스 레드 골드 (Fort Berens, Red Gold) 2017

 

포트 베렌스 와이너리는 2005년에 신생한 와이너리로, 네덜란드계 이민자 부부에 의해 세워졌다. 비교적 더 근해에 설립된 와이너리라 그런지는 몰라도, 훨씬 더 모던한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포도를 말리는 기법이 조금 쓰였다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파시멘토 기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카베르네 프랑 베이스의 보르도 블렌드로 색상의 인텐시티는 말할 것도 없이 잉크 처럼 진하고, 블랙베리와 카시스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며, 두터운 삼나무향과 바닐라, 가죽, 담배에 이어지기 까지, 끝없이 이어질 듯한 훌륭한 피니쉬를 자랑한다.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퀴리에 필적할만한 퀄리티이지만,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구세계의 그것은 주로 세월의 운치가 느껴지는 옛 건축물을 상상하게 하는데 반해, 이건 직선적이고 쉬크한 모던 건축물의 이미지가 떠오른 편. 페어링은 레스토랑에서 세가지 다른 러빙 (Rubbing)을 제안했는데, 그 중 블루베리 러빙을 두른 알버타 산 립아이로 하였다. 육질이 대단히 휼륭한 것 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소스와 러빙의 조화가 와인과 마치 맞춤옷 듯인냥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놀라웠다. 와인의 과실향이 육향을 더 배가하고, 높은 탄닌이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마블링이 맛을 섬세하게 커팅해준다. 온타리오에 들어올 정도로 대량생산이 안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외에도 온타리오에 들어오는 BC 와인은 한정적이지만, 대부분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LCBO 에서 볼 수 있는 와인들 중에 추천하자면, 화이트 와인이나 가벼운 레드의 피노 느와 계열은 퀘일스 게이트 (Quail's Gate)를 볼드하고 진한 레드 와인은 버로잉 아울 (Burrowing Owl) 와이너리를 적극 추천한다. 퀘일스 게이트는 부르고뉴 스타일의 샤도네와 피노 느와가 주력 품종이며, 버로잉 아울의 경우는 카베르네 쇼비뇽과 멀롯을 중심으로한 보르도 블렌드가 메인이다. 연말에는 BC 와인을 특별히 셀렉트해서 즐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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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공유하고 싶은 위슬러의 절경 (2021년 12월 14일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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